21년 9월 19일, 최고의 관객과 함께


12시부터 1시까지. 사이드3에서 60분. 조용하고 선선. 소리 좋게 들림. 느낌이 좋을 때마다 항상 하는, 오늘 줄이 끊어질수도 있겠다는 생각. 한참 치다가 보니 멀지 않은 가로등 아래 쓰레기가 쌓인 곳에 고양이 한 마리가 와 있었다. 가끔 그렇게 길짐승들이 관심을 보이기는 하는데 이 고양이는 특출나게 빤히 이쪽을 보고 있었다. 그런 일에 귀엽거나 신기한 구석이라고는 없다. 당해 보면 누구나 알겠지만, 짐승들끼리는 서로 뚫어져라 쳐다보는 게 별 좋은 뜻이 아니다. 나는 약간 무서워졌고 대략 그 시점에 5번줄이 끊어졌다. 그는 빙 돌아서(자기 딴엔 내 시선이나 소리 내는 방향을 피하려는 것처럼) 위에까지 올라와, 대담하게도 가까운 데에 아예 자리를 잡고 앉았다. 어두워서 머리 윗부분 두 개의 삼각형 실루엣만 보였다. 천변을 내려다보는 것일까? 실례지만 플래쉬를 터뜨려 사진을 찍어 보니 이쪽을 보고 있었고, 근처엔 누군가 갖다 놓은 듯한 먹이통도 있었다. 그의 나와바리였던 것이다. 나는 물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