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5월 14일, 아까시, 전쟁, 낭독회



다행히 늦진 않았다. 버스에서 내리자 104고지에 엄청 핀 아까시, 향기 진동. 마스크를 쓰고 있는 일이 더없이 바보같이 느껴졌다. 시인 박시하 님의 낭독회 오프닝으로 호출되어 아침달에서 25분. 여러모로 은혜를 베풀어 주신 분이시고 오랜만의 공연이기도 해서 웬만하면 망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그나마 최근에 불러본 노래 둘, 둘 사이에 들어갈 만한 그나마 쉬운 노래 중 낭독될 시집에 감히 맞게 불러볼 만한 하나, 세 곡 정해 집중적으로 연습했다. 시작 전엔 긴장이 매우 되어 심호흡도 하고 스트레칭도 하고 부산을 떨며 힘을 주세요 조상님들 트위터에 대고 빌었는데, 힘을 너무 준 탓인지 마지막 노래에 이르러 줄이 끊어졌다. 하필 또 2번이라 끊어진 줄이 산 듯이 자꾸 얽혀서 운지를 방해. 첫 노래는 만족했고, 둘째 노래는 듣기 괴로운 지금 녹음판보다도 낫게 했건만... 마무리가 안 좋으면 무슨 소용인가? 죄송스럽고... 약간 어두워진 마음은 본행사인 낭독회를 지나며 밝아짐. 시집에 사인도 받았다. 시집이 보통 그렇지만 좋은 시집, 나는 '사슴'이란 시가 좋았다. 사슴!1 안 돼!1111 받은 공연료로 프랑스 빨갱이 책 한 권과 소련사람 책 한 권 구매. 버스에 타기 전에는 다시 꽃 냄새. 아까시는 전후 산림녹화를 위해 심은 대표적 수종이며, 104고지전투는 공산적군으로부터 서울 탈환의 교두보를 마련한 중요한 전투라고 한다. 개 같은 조상님들... 코로나 한 병 마시고 잤다.

회전력
전도서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