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12월 29일, 로터리 옆에서




나선계단 올라, 위트앤시니컬에서 90분. 1년 만의 공개 공연. 위트앤시니컬은 혜화동로터리 동양서림 2층에 있는 시집서점이다. 처음 들어가면서는 감탄이 절로. 서점이란 곳이 원래 다 좋다고, 다른 서점의 점원으로 일하고 있는 일행이 말했었는데, 그것은 과연 그렇다. 서점의 좋음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열띤 얘기를 늘어놓을 수도 있을 것이다. 막혀 있으나 막혀 있지 않고, 닿을 수 있지만 건널 수 없는... 명물 나선계단까지 있으니 더욱 좋은 것. 서점지기님의 전폭적이고 전면적인 지원에 크게 감사, 잔뜩 어지르고 나오며 다시 감사. 특별히 새롭게 장만한 돈통을 사용해 보았다. 제4의 멤버로서 만족스런 활약. 원래 용도는 개 산책을 시킬 때 물 주는 그릇이다. 총 관람료로 역산해보니 열네 분이 와주신 듯(이것으로 내년 사운드클라우드도 유지할 수 있게 됨). 아는 얼굴들과 모르는 얼굴들. 와 주시니 감사, 따라 불러 주시니 또 감사, 무한한 감사... 못하면 못했지 다행히(?) 커다란 실수는 없었다. 시간이 가는 것이 너무 아깝고 억울하다는 느낌. 그것은 좋은 느낌이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일에 대해 사람들이 이야기해준 것이 좋았다. 기억은 집단전. 이 사람들을 고무시킬 수 있으면 좋겠다는 주제넘은 생각. 사람을 고무시키고 싶다는 생각은 사람을 낙담시키고 싶다는 생각과 크게 다른 것 같지 않다. 고무 없이 낙담이 어떻게 있겠으며 낙담을 모르고 무슨 고무가 있겠는가... 송년회 느낌으로 열두 곡을 하려다가 연습해 보니 너무 힘들어서 아홉 곡으로 줄였는데, 결국 열네 곡을 불렀다. 감사, 또 감사... '새-유한함', '모닥불의 끝, 지하도의 공백을 지나, 밝은 낯으로 만나자'를 해낸 것은 적어두고 싶은 성취다.

아지테이션
회전력
아침놀
이월
번개와 같이
담배요정송가
유월

유한함
낮은 종막 이후
참 즐거운 일
모닥불의 끝
지하도의 공백을 지나
밝은 낯으로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