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11월 9일, 헛된 생각들이라는 생각과의 싸움
10시 40분부터 12시까지 사이드3에서 80분. 오랜만에. 쌍화탕 한 병 마시고 시작. 더 추워지기 전에 한 번은 나가고 싶었다. 아마도 올해 마지막 동 활동. 핸드폰 배터리가 다 되어 사진은 남기지 못했다. 사람들은 걸음을 빨리하며 지나쳐 갔다. 건너편 천변에서 핸드폰 플래시를 켜고 물속에서 뭘 찾는 사람. 열쇠나 지갑이라도 빠뜨린 것일까? 물이 찰 텐데. 나도 그와 같이, 어느 정도는 미친 사람처럼 보이리란 생각. 내가 청자에게 어떤 경험(사적 영역에서도 작동하는 좌익 예술?)을 제공하겠다면, 또는 그러지 않겠다면, 그것이 도대체 무슨 뜻이지? 내가 뜻이라고 할 때, 거기에 공산주의 말고는 다른 아무 뜻도 없는 것 같다... 이건 좀 곤란하다... 규모가 아니라 도약... 그리고 올해가 가기 전에 공연을 한 번 해야겠다는 생각. 두 기획 중 하나는 싱얼롱. 거의 언제나 원하는 그림이지만, 막상 따라 부르기 괜찮은 노래는 별로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하여튼 하겠다면 가사집을 만들어 나눠줘야 한다. 아니면 핸드폰으로 보도록? 저번에 하찮은 가사집 만들 때도 적잖게 피곤(내가 아무 뜻도 없이 헛된 일을 하고 있을 뿐이라는 기분과의 싸움 때문에)했다. 한편 다른 기획은 와해된 모_최. 노래들의 녹음되지 않은 부분들 부르기로, 즉흥 연주에 가까울 것이다. 와해된, 또는 100년 후... 마구 틀려도 아 이건 와해된 거예요, 구전이 안 된 거예요, 이러면 되지 않을까? 되긴 뭐가 된단 말인가? 그런 걸 뭐 하러 하나, 누가, 왜 듣고 싶어 하겠나, 실망하려고? 요즘은 만사가 좀 부담스럽고 자신감도 떨어지는 것 같다. 자신감이 필요하기나 한 건지도 모르겠다. 나이나 계절, 생활상의 변화, 만족감 같은 것들 때문? 이런저런... 생각할 일도 많아진 것 같다. 최근엔 주로 뭘 쓰는 데 집중했다. 쓰는 일도 그리 자신 없다. 노래들과 같이, 별 대단할 것도 없는 글들을 쓴다고. 누가 얼마나 이런 걸 읽고 듣겠냐, 읽고 듣는다고 해도, 그게 뭐 어쨌다는 것이며... 무슨 일을 여간해선 벌이거나 상상하고 싶지도 않은 기분. 운명을 누구의 손에 그냥 맡기고도 싶다는 생각. 그냥 아무나 나를 아무렇게나 해주세요, 아니면 나누기라도. 그러나 나누기도. 이 인생을 대충 아무렇게나 던져 버리고 싶다는 생각. 뜻 없는 시간에. 무슨 계기를 만들고, 궤도에 올리고, 그런 일들이 영 고단하게 느껴진다. 한 것도 하나 없으면서? 해야 한다고 느끼니까. 무슨 뜻이 있어야만 할 것 같다는 강박이 무슨 일을 하는 걸 막아서지 않게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지금 내가 생각하는 방식이 적절치 않구나, 뭘 어쩌자는 거니, 징징대지 말아라, 무엇 때문에 그러니, 다른 것을 탓해라, 구역질 나는 생각은 그만둬, 뜻을 세워라, 규합해라, 독려해라, 기획해라, 고무해라, 도와라... 생각들을 짜내 생각들을 밀어내면서 한참 기타를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