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4월 13일, 훗날이 되어서도 부디



올해 첫 공연. 친애하고 존경하는 군자君子 황인찬의 전역 기념 파티에 섭외되었다. 즐거운 시간, 반가운 얼굴들. 모였다 헤어졌을 때의, 한바탕 꿈을 꾼 것 같은 기분. 공연은 고난인 편이었다. 언제나 좀 고통스럽고 항상 긴장이 되긴 하는데, 모인 모두가 모_최 이전부터 아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더 그랬다. 으악... 연습에서 모든 힘을 소진하고 망쳐 버리는 거 아니냐 우려했고 실로 그렇게 되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준비한 노래마다 다 한 번씩 틀렸다. (왼손만 틀린 게 아니라 오른손도 틀렸다.) 옛날 노래들을 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서도, 이래서야... 그간 공연에서 틀릴 때마다 이딴 걸 도대체 왜, 어떻게 틀릴 수 있는지 여러 차례 스스로에게 자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보통은 너무 심한 몰입(너무 열심히 들음)이나 순간적인 집중력 상실(전혀 안 들음) 때문이다. 또는 단순 연습 부족이나 과연습으로 인한 피로. 코드 진행이 유사한 노래가 점점 많아지면서 헷갈려 버리는 것도 있다. 왼손이 노래들을 구분하질 못해서. 어느 경우든지 한 노래에서 두 번은 안 틀리는 까닭은 생각해 볼 문제다. 그런 면에서는 뭔 심리적 의례 같은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아예 빨리 한 번 틀리고 다시 하는 게 낫지 않나? 대체 무슨 소리냐, 그냥 부주의한 사람인 거 아니냐? 주의를 하자 주의를... 이제는 사실 틀렸다고 별 부끄러워하거나 그러지도 않게, 좀 뻔뻔스럽게 되기도 했는데, 어쨌든 틀려도 너무 많이 틀리면 고통스럽다. 이렇게 많이 틀린다면 듣는 사람도 조마조마하게 들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내가 서커스를 하는 사람인가? 이러면 안 된다. 나는 듣는 사람들이 나를 응원하게 만들고 싶지 않고, 그건 내가 원하는 일이 전혀 아니다. 원치 않는 일 하지 않기에는 거의 실패하는 듯한데... 내가 공연에서 뭘 원하는지는 여전히 제대로 모르겠다. 생각해 볼 일이다. 따라 부르기? 따라 불러 준다면 정말 좋아도 그건 너무 과한 기대 같고, 내가 서커스를 하는 사람 맞을 수도 있다. 내 앞에 정적밖에 없고, 나 혼자 거기로 돌진해 나가는 일을 보여주는 건 영 두렵고 떨리는 일이다. 이런 걸 대체 왜 하는 거지... 대체 뭐하러... 항상 하는 생각인데 생각을 안 하고 있었던 것이나 마찬가지인 듯도 하다. 돌려 앉히기도 했고 불을 꺼 보기도 했다. 그리고 여러분이 몸을 비틀어서라도 앉고, 여러분의 눈이 어둠 속에서 빛나고 있는 모습을 여러분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것은 여러분인가? 주절주절 핑계만 대 놓고 있다. 아쉬움 하나. 문체부장관 어쩌고 하는 멘트를 생각했는데 그만 까먹어 버렸다. 훗날 문체부장관이 되어서도 부디 오늘의 일을 잊지 마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