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과 소리

동네에서 한 번이라도 가서 기타를 쳐 봤던 곳들이다.

사이드3
홍제천 성산1교 다리 밑이다. 다리가 지붕 역할을 해 적당한 울림이 있고 소리는 쏟아진다. 간혹 아래 벤치에 누가 앉아 있다. 밀어낼 때도 있고 피할 때도 있다. 일단 올라가면 어둡고 사람의 접근이 어려워 좋다. 양껏 크게 부르고 칠 수 있다. 배경음으로 차 소리. 홍제천과 건너편, 천변의 운동기구, 산책 나온 이들, 날벌레, 자전거들, 산책 나온 개들, 간혹 멀리서 이쪽을 정면으로 비추는 전조등. 사이렌.

천변 벤치
안 좋다.

유수지 북측 스탠드
복도 같은 구조. 으스스할 정도로 어두운 점과 매우 조용한 점이 좋다. 근처에 인가가 있어 크게 칠 수 없다. 소리가 고인다. 잘 들리기 때문에, 동시에 힘껏 칠 수 없기 때문에 반쯤은 포기하고 반쯤은 안달이 난 상태로 돌아오게 된다. 깜깜한 구덩이와 산책 나온 개들, 공 차는 이들, 가로등, 유령(이런 것은 없다), 고양이. 사이렌, 나무 냄새.

유수지 동편 스탠드
유수지 어디든 그렇지만 개방되어 있으면서도 오목한 구석. 앞이나 옆으로 지나다니는 사람이 많아 부담스럽다. 낮은 곳이면서도 전망이 있다는 점은 묘하다. 지붕이 있어 울림은 나쁘지 않다. 구덩이에 머무는 소리. 넓은 어둠, 운동 나온 이들, 산책 나온 개들, 키 큰 나무들, 강변북로의 출구, 풀 냄새. 벌레 소리, 사이렌.

체육센터 뒷마당
보기와 달리 시끄럽고 답답하고 소리도 별로.

강의 접안경사로
단 한 번. 영화라도 보는 듯 강을 향해 앉은 사람들. 성산대교의 빛.

강의 제방계단
거의 없는 일이지만 주변에 조사들이 없다면 앉아 볼 수 있다. 바람이 거세 소리는 다 흩어지고 몸은 여간 피곤해지는 게 아니지만 기분만은 상쾌하다. 적어도 사람이 시야에 들 일은 없다. 물결, 강 건너 불빛, 튀어 오르는 물고기들, 배, 물새, 성산대교, 물비린내. 바람과 파도 소리.

성산나들목
한강공원과 동을 잇는 굴다리. 동 방향으로 서면 굴처럼 울리고 강 방향으로 서면 아니다. 이 이상 울리는 곳은 없다. 행인들이 지나다니는 길목이고 아주 밝아 새벽에만 나갈 수 있다. 새벽이라도 사람이 다니긴 다니며, 그들에게 좀 미안한 마음. 노인들, 개, 탈것들, 거미, 날벌레, 흰 조명. 배경음은 머리 위 강변북로의 차 소리. 뒤로는 공터와 군함. 앞으로 서서 뒤를 보며 부를 수 있다면 좋겠지만 눈 달린 데가 이래서.

더그아웃
리틀야구장 옆. 어둡고 가려져 있지만 너무 평평해 소리가 전혀 모이지 않는다. 자전거 불빛, 멀리 보이는 송전탑.

안내센터 앞
두어 번. 벌레들, 행인들.

망원초록길
동과 공원을 넘나들 수 있게 되어 있는 언덕. 유일하게 높은 지대다. 배경음은 바람, 갈매기 소리, 전망은 강, 둔치 광장, 계단, 강 건너, 산책 나온 개들, 자전거를 끌고 가는 사람들. 언덕이라 시야가 탁 트였고 행인이 적지 않음에도 내리꽂는 조명이 없으며 특유의 구조가 있어 의외로 아늑한 구석이 있다. 울림은 전혀 없고 자세도 잘 나오지 않는다. 바닥의 푸른 안내등이 좋다.

망원정마당
고적한 쌈지공원. 가장 멀다. 사람이 머문다 해도 먼 벤치에 앉기에 부담이 적다. 공터를 등지고 정자에 앉으면 강변북로에서 들어오는 차 소리와 전조등이 요란하다. 환시 환청의 감각 혼란이 잘 일어나는 구조. 산책 나온 개들, 풀숲과 나무, 벌레들(특히 매미). 초록길 언덕, 가로등. 좋지 않은 공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