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릴
드릴은 이벤트와 구분된다. 실전에 대하여 훈련, 사건에 대하여 일상이다. 드릴은 위대한 것에 속하지 않는다. 드릴은 유일무이한 업적으로(형편없는 업적으로도) 취급되지 않는다. 드릴은 업적들의 뒤편, 결과물에 앞선 시간을 구성하는 것들중 하나로, 작품(이벤트)을 향해 가는 운동 정도로 여겨진다. 드릴이 결정된 작품이 아닌 것은 물론이다. 연주나 가창에서 드릴은 본래 들을 만한 것이 아니고, 들려주는 것도 아니다. 드릴은 신체에 특정한 패턴을 새기는 일이다. 드릴은 누구나 나름대로 할 수 있다. 시연자들(또는 작품들)을 서로 구분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은 드릴이 아니라 패턴, 드릴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들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드릴이다. 부른 노래를 또 부르고 한 번 더 부르고 계속 부르는 것이야말로 이 취미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구성한다. 나는 운동을 하고 싶은 것이지 뭘 남기고 싶은 마음은 딱히 없다. 남기고 싶다면, 운동을 남기고 싶은 것이다. 어떤 뭔가를, 감각할 수 있는 대상을 만들어내는 것은 이 영역에서 나의 첫 번째 목표가 아니다. 그리고 전진은 드릴을 계속하고 싶은, 운동하고 싶은 마음과 싸우면서만 일어난다. 드릴을 원하는 마음과 긴장해야만 전진이 발생하고, 그 긴장을 만드는 것이 바로 드릴이다. 곧, 전진의 긴장감이 일어날 때까지 해야 하는 것이 드릴이다. 드릴은 그런 식으로 작동한다. 드릴을 해야만 드릴을 끝낼 수 있다. 드릴을 위한 표준을 정하자고 녹음을 하지만 녹음이 드릴의 종료를 이끄는 것과 같이. 그것이 바로 데모이고, 나의 주제가 그것이다. 패턴이 으스러질 때까지 드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