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6월 24일, 유수지 유월
금요일에 요청이 왔다. 여러모로 무리였지만 나름의 신선함이 있을 듯해 그대로 강행했다. 오후 3시부터 유수지 서쪽 스탠드에서 90분. 그렇게 오래 할 필요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더 할 수도 있었다.
관객은 약 열 분 이상이 와주신 듯. 다같이 빈 운동장을 보면서 앉은 채 진행. 무슨 퍼포먼스 집단처럼 보였을 수도 있다. 마침 스탠드와 마주 보는 벤치에 바퀴 달린 온갖 것을 끌고 다니는 아이들이 예닐곱씩 앉았다 갔기 때문에... 묘한 기분들이 아니셨을지. 북쪽 스탠드였으면 덜 부담스러웠을 텐데 그 날씨에도 그쪽엔 축구인들이 있어 부득불이었다. 축구에 미친 사람들.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이쪽도 못지 않았다.
멋대로 불렀고 엉망진창으로 틀려댔다. 연습량이 부족한 것도 있었지만 핑계를 대자면 시각적 자극이 너무 강했다. 새를 보고 새 생각을 하다 틀리고 아이들의 얼굴을 보다가 틀리고 개를 보다가 틀리고 캐치볼을 보다가 틀리고... 하여튼 그랬다. 끝났을 때엔 유격훈련급으로 힘들었다. 언제나 오버페이라는 느낌이었는데 이날만큼은 그토록 틀렸음에도 적절히 받았다는 생각, 역시 땀이 중요하다는 생각. 돌아오자마자 씻고 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