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6월 14일 목요일, 돌아 버릴 것 같은 영상



자고 일어나 오랜만에 성산나들목에서 80분. 방송은 틀려다 말았다. 시간도 시간이었지만 어차피 요즘에는 언제 틀든 듣는 사람이 거의 없다. 나는 나만 들을 수 있는 게 좀 아쉽다고 항상 생각한다. 나한테만 득인 것이 아쉽다는 얘기다. 당신들은 이 소리를 들을 수가 없다니... 미친 생각 같지만 정말로 하는 생각이다. 하여튼 나 자신에게만 완전히 충실한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기분이 너무 들떠 노래 하나를 처음부터 끝까지 하기가 힘들었다. 코러스만 부르고 넘어가거나 흥얼거리다 소리만 지르거나 했다. 급한 사람처럼 요점만 처리해 버렸다. 노래들이 전부 너무 느리게 느껴졌다. 잘 되지 않다가 점점 잘 됐다. 모든 것이 잘 들렸다. 마지막에는 목소리를 내기가 아까워 기타만 쳤다. 60분은 더 칠 수 있다고 느꼈지만 그만뒀다. 내가 좀 이상한 상태임을 의식하면서, 혹시 내가 완전히 바뀌어 버렸단 말인가 자문했다. 묘한 공기. 아무리 늦은 시간이라도 반드시 두엇 나들목을 지나는 사람이 있다. 다들 한 군데 정도는 이상해 보인다. 어떤 누구라도 그 시간 그곳에 나와 있으면 어느 부분인가 이상해 보일 것이다. 군함이 들어오며 나들목 앞은 앉을 수도 없는 포장 공터가 되어 놓았다. 이제는 예전보다 더 어두워 보인다. 돌아오는 길에는 무성해진 가로수들이 가로등의 흰 빛을 받으며 거센 바람에 흔들리는 모양이 특히 의미심장했다. 식물을 비로소 산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바람. 잎사귀들의 밝은 아랫면이 까뒤집히며 수치심을 잊고 대단한 주장을 하는 듯. 돌아 버릴 것 같은 영상(솔라리스 생각)... 저것을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사진으로는 찍히지 않았다. 곧 번개와 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