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가타 트윅스터를 들음(수성랜드~사도세자)

야마가타 트윅스터를 듣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헤테로도 퀴어다'라는 선언(그래야 한다)에 기대어 아마츄어증폭기에 대한 접근을 시도할 수도 있을 것이다. 돌아보면 그건 꽤 주제이기도 하지 않았나? 헤남의 퀴어-포크로서 아츄라는 얘기다. 사실 아츄는 꽤 꾸준히 어필했다. 그런 방향에서 이래저래 말할 한 능력은 안 되고... 나는 그 마지막과 그 다음, 수성랜드로부터-사도세자에 대한 감상을 적어놓을 수 있을 것 같다. 수성랜드('09)는 아츄로서 나온 마지막 앨범이다. 뻔한 얘기지만... 그것은 곧 퀴어-헤남의 세계에서 '부모 세계'로의 이해와 진입이었다고 생각된다. 은하데이트-프롤레타리아트 트랙에서 갑작스레 등장하는 SF성도 그런 의미로 볼 것이다. 부모 세계와 그것의 대(對)후손적 감수성, 그리고 좌익사상의 교집합으로서의 SF(=전자음악)라는 결론이 나온다. 그것은 이전까지의 아츄라는 형식(퀴어포크)으로는 다 담을 수 없는 것이었고, 수성랜드는 그러한 주제 형식 모순의 폭발점이자 연결점으로 내게 보인다. YT의 전설이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https://youtu.be/LI4Oo4rJQQ4


YT로서 나온 첫 앨범 원뿔('11)의 '내숭고환자위행위' 트랙은 '밤새도록 야동보며 자위했던' 아츄를 언뜻 떠오르게 하지만 거기엔 전에 없던 기묘한 자신감과 주장이 실려 있다. 이건 달라진 공연 형식에서 더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춤은 말할 것도 없고, 공연에서만 들어가는 '억압받는 우리들의 힘을 모아 본때를 보여주자'라는 아지테이션은 거의 록음악의 잃어버린 영지(자신이 하려는 일이 무엇인지 깨닫자마자 황급히 잊어버렸던)를 떠오르게 한다. 욕망을 저항으로 연결하려는 몸짓 말이다.
https://youtu.be/hBI6LTmjoJk


다음 목포이동('11)에서는 가족 이미지들이 다시 호출된다. 하지만 '패잔병 철모에 먼지 쌓여가지고 일사후퇴'에서 다시 등장한 어머니는 수성랜드의 그분과는 사뭇 다르다. '먼지 털지 않고 들어올 거면 지구 밖으로'라고 말하는 이 어머니는 더 오래된 어머니이고, '내게 오시는' 어머니이다. 이 어머니는 무엇인가? 이 어머니는 침략군이자 수비군이고, 이 어머니는 중공군이다. 어째서 어머니는 중공군이 되었나?
https://youtu.be/CJbIe-yQhqo


그 다음 트랙인 '오늘부터 나도 짜파게티 요리사'에서는 '어머니는 심부름을 시키고 아버지 티비를 보는' 노동자 가정의 일요일 풍경을 읊은 뒤 짜파게티를 끓이기 시작한다. 요리사라고 말하고 싶지만 용기가 없는 까닭은 그 요리가 짜파게티라는 상품을 매개로 이루어졌기 때문이 아닌가? 하지만 그럼에도 공연에서는 용기 없지만 냄비가 있다는 외침과 함께 정말로 짜파게티를 끓이고 그것을 나눠먹는다. 이 퍼포먼스는 뜻이 무엇인가? 마지막 트랙 '포이동'에서 비로소 모종의 공동체적 공간-장(場)을 형성하고 지켜내자는 메시지가 구체화된다. 그것은 가정적인 면이 있으면서도, 가정을 반드시 넘어서는 일이다. 그것은 일종의 비상사태다.
https://youtu.be/GCGIiWhYAc0


다음 앨범 바코테('14)에서는 욕망이나 가정보다는 그 바깥, 환경-세계-장소가 다뤄진다. 꽃땅, 2호선, 아파트, 한강... 이것들은 나를 못살게 하고, 또 내가 살 수밖에 없으며, 나를 살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공간들에 대한 이야기다. '국가-디스코'애서 월남과 월북, 월미도를 뒤섞고 '후쿠시마 러버'에서 바다를 넘어 후쿠시마와 서울을 잇는다. 여기서 YT는 욕망의 행인을 초월한 행진자로, 나라라는 가정을 초월한 '(빛)나는 노숙자'로 있다.
https://youtu.be/IRAITCvrT90


사도세자('16)의 하이라이트 트랙 '반도체 공장 천사 디스코'에 이르러 '내 딸'이 등장한다. 이에 대해서는 '사계절스픈사'(수성랜드)에서 아츄가 자신의 어머니를 대리해 '내 아들아 지금 너는 어디에 계속 서 있니'하고 불렀던 일이 떠오르고 만다. 그 사이에 세월이 얼마나 흘렀으며, 그 사이에 무슨 일들이 있었던가? 이제 그 목소리는 '내 딸 어데갔노 삼성에서 열심히 일했는데'로 바뀌어 있다. 세자는 죽은 것이다.
https://soundcloud.com/yamayamayamayama/semiconductor-factory-angel-disco?in=yamayamayamayama/sets/yamagata-tweakster-sadoseja


수류무한사농수('16)는 월급이 나오거든 들어 볼 생각이다... 위에서 말한/말하지 않은 아마츄어증폭기와 야마가타 트윅스터의 음원 모두는 아래 링크에서 구매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