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10월 28일 토요일, 먼저 불을 끈 뒤에

마리사를 좋지 못한 각도로 떨어뜨려 상판과 측면이 약간 부서졌다.

밖에서 기타를 친다는 건 항상 두렵고 부끄러운 일이다. 퇴근하고 쉬다가 새벽에 성산나들목으로. 오전 2시부터 약 90분. 핸드폰 데이터에 여유가 생겼으므로 야외에서 믹슬 켜기를 시도했다. 성산나들목의 울림을 한번 나눠보겠다는 심산이었다. 한창 치고 있는데 웬 사람들이 와 앞에 앉길래 내심 놀랐다. 지나가다가 잠깐 서 있기는 해도 대놓고 앞에 앉아 버리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지나가던 흥 많은 젊은이들인가 싶었는데 실은 지인께서 근처에서 일행분들과 술자리 중 트위터를 보고 함께 오셨다는 것으로, 비밀은 풀렸다. 편의점의 컵 와인을 얻어 마셨다. 좋은 분들이셨다. 본래 밖에서 치다 보면 이런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정도의 옅은 기분은 항상 든다. 그러나 막상 닥치면 개쫄보가 되어서 제대로 부르지 못한다. 사람들이 노래하는 나를 보고 있다는 건 늘 고통스럽고 도대체 익숙해지지가 않는 일이다. 반면 듣고 있다는 기분은 제법 좋다. 청중과 관객은 다르고... 하여튼 다르다. 그게 동시에 이루어질 때 나는 좀 꼬인 상태로 빠져든다. 내가 왜 보여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노래할 때 나한테 형상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귀신같이. 어쩌면 이런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뭔가 차려입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른바 무대 의상이란 것을. 성가대 옷 같은 건 어떨까? 아니면 조끼... 베일을 써야 하는가? 그래서는 시선을 더 끌 뿐 악순환이다. 나는 그것도 결국 훈련의 영역에 든다는 것을 안다. 내가 이 취미를 위해 그런 것까지 훈련을 해야 한다는 말인가?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해 왔지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이제는 든다. 취미라는 건 여기까진가?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일단은 불을 다 꺼놓고 부르는 것이 최선이다. 먼저 불을 끈 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