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에 대한 메모
내게 사람의 목소리는 '들을' 만한 것이 아니다. 인간의 목소리는 기본적으로 소음이다. 뭘 아무리 어떻게 해도 그것은 음악이 되지 않는다. 내 생각은 그렇다는 것이다. 목소리가 아무리 좋고 노래를 아무리 잘 부른다고 해도 음악 같은 건 되지가 않고, 그저 좆같이 들릴 뿐이다. 그 참담에서 벗어나는 사실상 유일한 방법은 합창이다. 인격을 파묻어버리고 나서야 목소리란 것도 조금 들을 만해진다. 노래는 음악과 분명하게 구별된다. 노래는 다른 무엇보다 목소리의 그 좆같음을 주의 깊게 다루는 장르다.
가수는 노래가 '나'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가수는 들을 만하지 않은 것을 들을 만하게 만들겠다고 하는, 불가능한 기예를 시도하는 이다. 보통 그 기예는 목소리-의미의 증폭을 통해 시도된다. 가락 박자 호흡 창법 뭐 기타 등등을 가사 위에 얹는 것이다. 개인의 언어로서는 도저히 버틸 수 없을 정도의 의미를 목소리에 쏟아붓기. 그것은 가수 자신의 인격을 파묻어 버리는 일, 인격을 초월하는 개성의 고안을 향해, 개인이라는 영역을 떠나 형식으로 나아가는 일이다. 그것은 자연을 흉내내기다.
노래는 나와 아무 상관이 없다. 상관이 있는데, 하여튼 상관이 없다. 내 기분, 생각, 욕망, 뭐 그런 것들과 노래하는 일에 상관이 없다는 이야기다. 상관이 있어지는 순간도 물론 있는데, 그것은 묘하게도 합창을 할 때다. 우리는 독창을 하며 자신으로부터 떠오른다. 우리는 노래를 '따라서 올라간'다. 그리고 우리가 합창 중에 있을 때, 합창 중인 각자에게 우리의 감정이 '쏟아져 내린'다. 노래하는 이는 독창욕과 합창욕의 길항 가운데 있다. 우리에게는 목소리의 참담을 향해 홀로 나아가고 싶은 마음과 더불어, 음악을 향해 함께 나아가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