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를 조율 동소문 공연 감상

포스터가 좋았다. 공연장소는 결사대 아지트 같은 곳이었다. 입구에 멋진 문구가 쓰여 있었는데 기억나진 않는다. 계단을 두 번 내려갔다. 환기 상태를 제외하면, 아주 탐이 나는 공간이었다. 약간 정비해서 뭐로든 쓸 수 있는. 그런 데는 얼마일까? 원래는 지하 주차장+@로 쓰는 곳 같았다. 그 처음 원래의 다음에는 도대체 뭔지 모를 용도(힙스터 소굴?). 마약 같은 거 하기 좋은 곳. 낡은 자동차 승강기가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올라섰다가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차는 네 대 정도 댈 수 있을 듯한 넓이. 탱크를 대 놓으면 아주 좋을 것 같았다.

조율은 처음 들어 보았다. 배우신 분 같다는 생각. 목소리 좋았다. 가사 음절에 대한 음 배분이 묘했다. 말로 들리고 싶지 않다는 듯. 외우기도 부르기도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보컬은 악기로 사용되는 편. 기타는 가끔 음악에서 벗어나려는 듯한 제스처. 맺음을 분명히 하지 않으려는 점이 인상적. 구성은 있는데 완급이 희미해 전체적으로는 서사가 없는 형세. 음표 한 개 한 개를 귀중히 다룬다는 점을 본받을 만하다. 스네어나 방울 같은 것이 들어가면 좋겠다는 생각. 들으며 '맞다, 나는 저렇게 하지 않/못하지'의 연속. 마지막 물고기라는 곡이 좋았다.

아를은 공연을 들은 것이 세 번째인가 되는데 일단 기타를 정말 잘 친다. 음향 생산의 도구로서의 기타를. 음악에 음향을 섞고 음향을 음악으로 만들어가는 것이 좋다. 그의 공연에서 개인적으로 주의 깊게 들리는 것은 줄의 타격음과 이펙터 누르는 소리 등 비전기적인 것들이다. 퍼포먼스라는 측면에서 그의 어떤... 비음악적인 연주 모습도 비슷한 맥락에서 보인다. 낼 수밖에 없는 소리고 들릴 수밖에 없는 소리인데 앰프와 악기 사이의 그 이격감이 내게 아주 기묘한 느낌을 준다. 진흙탕에서 구르며 천사를 쫓아가는 듯도 하고, 없는 눈으로 환영을 보는 듯도 하다. 엄청 큰 공연장에서 엄청난 음량으로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 파노라마에서는 총소리 같은 게 들어갔는데 그게 어떻게 해서 된 소린지 궁금했다.

시작 전에는 근처를 약간 걸었다. 분위기가 괜찮은 동네였다. 성곽이 조금 보였다. 와인이 제공되었지만 관람 후 먼 길을 가야 했으므로 마시지 않았다. 계속 그냥 거기 있고 싶었으므로, 끝나고서는 얼른 나왔다. 우리의 탱크, 우리의 사이드카, 우리의 지하기지 생각을 했다. 다시는 갈 일이 없나 생각하면 약간 슬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