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수지에서 2 (2015. 3. 23.)

제3일

금요일 밤에 유수지에 가 살펴 보았다. 단이 크고 가파른 계단식 스탠드 두 곳. 돌말뚝이 열 지어 박힌 출수구 앞. 구령대. 축구장 옆, 회랑을 연상하게 하는 긴 스탠드. 트랙 옆, 지붕 벤치 다수. 장소 후보는 이 정도다. 모두 맘에 썩 들진 않았고, 여전히 모르는 사람 앞에서 기타 치는 건 극히 싫은 느낌이었다. 노래보다야 낫지만.

금요일 밤에는 그 회랑, 이라고 부를 만한 곳에 앉아서 기타를 100분 정도 쳤다. 그곳은 길고 어둡고 밤에 좀 무서우며, 뒤로는 아파트가 있다.
이런 걸 뭐하러 하자고 드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새삼 했다. 정말이지 새삼.

첫 단독 공연의 당면목표 관객은 5명이다. 이 일에 있어, 목표는 가능한 최대치로 잡기로 한다. 그리하여 5명이 오면 기적이고, 3명이 오면 대성공, 1명이 오면 성공이다. 아무도 오지 않는다면 하던 대로 60분 가량 기타를 친 다음, 준엄한 자아비판을 시작할 것이다.

대략 60분 정도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더 할 수도 있다. 당연히 조명도 음향도 없을 것이다. 청자들은 저 쓸쓸한 유수지 구덩이에서 트랙을 도는 몇 사람을 바라보며 내 노래를 듣다가 자신의 망원 집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들은 어둠 속에서 맥주를 마시며, 또는 가만히 앉아서, 아니면 주변을 서성이며 듣게 될 것이다. 그들은 마음대로 할 것이다. 그들은 추위를 느끼며 갑자기 달리기를 시작할 수도 있고, 저 먼 반대편으로 갈 수도 있다. 물론 듣지 않을 수도 있다. 그들이 무엇을 하든 그들이 유수지 안에 있는 한 나는 계속할 것이다. 없어도 그렇게 할 것이니까. 그 모든 때에 나는 점점 힘이 빠질 것이고, 점점 더 듣기 싫은 소리를 낼 것이다. 어쩌면 그들은 따라 부를 수도 있다.

유수지, 4월 5일 식목일(일요일) 밤 9시를 플랜A로 세웠다. 별다른 일이 없다면 그렇게 될 것이다. 어쩌면 4월 4일 밤, 식목일 전야에 할 수도 있다. 그것은 플랜B다. 플랜A의 슬픔이 더 클 것이다. 빠른 시일 안에 정해야 한다.